처음 변호사와 상담할 때 제일 먼저 받은 조언이 "합의금을 한 번에 내는 것과 나눠 내는 것은 신뢰도 측면에서 완전히 다르다"는 거였다. 그땐 좀 과장된 거 아닌가 싶었는데, 실제로 합의서 작성하면서 그 말의 무게가 느껴졌다.
내 경우 상대방과 합의하기로 했을 때 초기 합의금 제시가 좀 높게 나왔다. 쌍방이 입건된 상황이고 상대도 진료비가 있었지만, 내가 먼저 적극적으로 합의를 제안했기 때문에 상대가 요구하는 금액을 어느 정도는 수용해야 했다. 그런데 한 번에 낼 여유가 없었다. 변호사한테 이 상황을 얘기했더니 "그럼 분할 조건을 합의서에 명시하되, 첫 회차는 크게, 이어지는 회차는 정해진 일정에 맞춰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작성한 합의서에는 계약금 형태로 첫 금액을 크게 잡고, 그 다음 2회에 걸쳐 남은 금액을 정해진 날짜까지 완납하는 구조로 들어갔다. 변호사 말로는 이렇게 하면 "피고인의 진정한 합의 의지와 경제적 책임감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검찰 면담과 나중의 판사 심문에서도 합의 과정과 금액 규모보다는 "분할로 성실하게 이행할 계획이 있느냐"를 훨씬 더 자세히 물었다.
한 가지 중요한 건 분할 조건이 합의서에 명확하게 박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애매하게 "추후 협의"라고 남겨두면 나중에 법정에서 합의의 실효성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내 경우엔 첫 합의금 납입일, 2회차, 3회차 일자를 모두 달력에 박아서 합의서에 넣었고, 그것만으로도 상대방 대리인이 좀 더 안심하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결국 금전 계획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지가 합의의 신뢰도를 좌우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