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가 성립되고 나서도 1심 판결 날까지는 한 번 더 법정에 설 기회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저도 변호사 선임 전에는 몰랐는데, 합의서 제출 이후 공판기일이 한 번 더 있었어요. 그날이 사실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제 경우 회식 후 길거리에서 벌어진 일이었고, 상대방도 같이 입건되었던 사건이었어요. 둘 다 맞은 부분이 있고 친 부분이 있는, 정말 복잡한 상황이었죠. 합의금을 정리하고 합의서를 작성했을 때만 해도 '이제 됐겠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변호사가 1심 공판에서의 최종 진술이 판사 심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어요. 특히 쌍방 사건에서는요.
공판 직전에 변호사와 한 시간 넘게 진술 내용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는데, 합의가 성사된 후의 진술과 합의 전의 진술은 톤이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합의 전에는 상대의 책임을 강조하고 본인의 피해를 부각하는 게 당연했지만, 합의 후에는 그럴 수 없거든요. 그런데 그게 판사 입장에서는 좋게 보인다는 거죠. 합의라는 행동 자체가 이미 용서의 의사를 보여주는 건데, 법정에서 또 상대를 깎아내리면 위선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실제 법정에서는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얘기했어요. 첫째, 본인의 행동이 우발적이었지만 그게 변명이 아니라는 점. 둘째, 상대방과의 합의 과정에서 느낀 반성. 셋째, 앞으로 이런 일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이미 취한 조치들(선도금 교육, 분노 조절 상담 등). 변호사는 판사 표정을 읽으면서 진술 길이를 조절하라고 했는데, 제 경우 판사가 특별히 방해하지 않았으니 성공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부분은 상대방 진술과의 순서였어요. 저희는 피고인이라 나중에 진술했는데, 상대방이 먼저 한 진술에 대해 반박하는 형태가 되었거든요. 물론 상대를 공격하는 식으로는 안 했지만, "합의서에도 명시된 대로 쌍방의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는 식으로 객관적으로 정리하는 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변호사는 이걸 '합의 내용을 법정에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표현했어요.
판결이 나왔을 때, 예상했던 것보다 양형이 관대했어요. 변호사는 법정 진술이 10~20%의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했는데, 그게 사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합의 자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맞지만, 합의 후 판사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이는가도 분명히 본다는 걸 느꼈어요. 특히 쌍방 사건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악하지 않기 때문에, 최종 진술에서 그 '균형감'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지금 사건을 준비 중인 분들이 있다면, 합의 후에도 공판을 '끝난 일'로 생각하지 말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준비하시길 권합니다. 특히 진술 내용은 변호사와 함께 여러 번 검토하세요. 한두 마디 차이로 판사 인상이 확 달라질 수 있다는 걸 경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