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절차를 밟으면서 변호사가 자꾸만 강조했던 게 하나 있었어요. 합의서 양식 자체보다, 그 뒤에 붙는 근거 자료들이 판사 심증을 크게 좌우한다는 거였어요. 특히 상대방 진료기록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저희 경우엔 상대방이 경미한 타박상으로 한두 차례 병원을 다녔거든요. 처음엔 진료기록 전체를 합의서에 첨부하면 투명한 거 아닌가 싶었어요. 그런데 변호사가 조언해주더니 "전체 기록보다 상해의 직접 관련 부분만 추출하는 게 낫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과도한 자료는 오히려 판사한테 "합의금을 부풀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진료 기록지 중에서 상해 부위, 진단명, 치료 기간만 정리해서 첨부했어요. 그리고 합의금 산정 근거를 한두 줄 명확하게 썼습니다. 상대방도 의료비 영수증만 따로 제출했고요. 처음엔 그게 불완전해 보였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대부분의 쌍방 합의 건들이 그렇게 정리된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의외였던 건 합의서 자체의 형식이 생각보다 판사 평가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중요한 건 합의금이 타당한지, 양쪽이 진정으로 합의했는지를 보는 거지, 어떤 템플릿을 썼느냐는 아니더라는 뜻이었습니다. 오히려 자료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불필요한 것까지 덕지덕지 붙이지 않는 게 전문성 있어 보인다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조언이 합의를 빨리 마무리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도 과도한 요구를 받는다고 느끼지 않았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