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가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변호사가 공판 준비를 또 하자고 해서 처음엔 좀 의외였어요. 이미 상대방과 합의서도 쓰고 진료비도 다 처리했는데 왜 법정에 나가야 하냐고 물었거든요. 그럼 변호사가 설명해준 게 "합의는 합의고, 법원이 선고하는 건 별개"라는 거였어요. 합의가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하는 건 맞지만, 결국 판사 앞에서 자신의 행동이 왜 일어났는지, 지금 뭘 깨달았는지를 직접 보여줘야 한다는 거네요.
그래서 공판 준비 때 변호사가 집중한 게 제 진술 구성이었어요. 합의서에 적힌 내용과 법정에서 할 진술이 따로 논다는 거고, 특히 "그 날 밤에 뭐가 당신을 그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해 일관된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어요. 회식 스트레스, 음주, 상대의 언행이 겹쳤다고 하면서도 결국 내 선택이 잘못됐다는 기조를 유지하는 게 핵심이라고요. 반성문과 다르게, 법정 진술은 판사가 던지는 질문에 실시간으로 답해야 하니까 준비가 좀 달랐어요.
공판을 앞두고 느낀 건데, 합의 자체가 처벌을 면해주진 않는다는 거예요. 다만 "피해자와 관계를 회복했고, 책임을 인정했다"는 증거가 될 뿐이에요. 결국 판사는 그 합의가 얼마나 진심인지, 피고인이 정말 깨달았는지를 법정에서의 태도와 말투로 판단하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지막 한 달은 변호사하고 모의 신문도 여러 번 했고요. 처음엔 "또 뭐하는 건가" 싶었는데, 이 부분이 실제 양형에 많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니 준비할 수밖에 없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