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심 판결문을 받았는데, 읽다 보니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들이 눈에 띄었어요. 판사가 양형 이유서에서 강조한 게 제 예상과 조금 달랐거든요.
처음엔 합의 시점이 가장 중요할 줄 알았어요. 검찰 송치 전에 합의했으니까 그게 감경 포인트가 될 거라고요. 실제로 변호사도 그렇게 설명했고. 근데 판결문을 읽어보니 판사는 합의 여부보다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태도"를 더 자세히 봤더라고요. 상대방이 합의 제안을 몇 번이나 거절했는데 제가 계속 성의 있게 접근했던 부분, 그리고 처음부터 전적으로 제 책임을 인정했던 부분을 판사가 직접 언급했어요.
반성문도 놀랐어요. 제 반성문은 겨우 두 페이지였는데, 판사가 인용한 부분은 제가 가장 신경 썼던 문장들이었어요. "순간의 분노를 자제하지 못했다"와 "상대방의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는 표현들 말이에요. 반대로 초기에 경찰에서 "우발적 다툼"이라고 진술했던 부분은 판사가 부정적으로 봤습니다. 피해자가 있는데 우발이라니 이상하다는 식으로요.
가장 의외였던 건 동기 부분이었어요. 제 사건은 회식 후 길거리 싸움이라 별 동기가 없었거든요. 근데 판사는 오히려 그 점을 중요하게 봤어요. 동기가 없었다는 게 "음주 상황에서의 자제력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한 거 같았어요. 결국 양형에선 마이너스 요소가 되더라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합의금 액수나 반성문 길이보다는 "왜 저게 필요했나"를 먼저 보는 거였던 것 같습니다. 검찰이 아무리 강하게 구형했어도 판사 눈엔 제가 언제부터 진정으로 잘못을 깨닫고 움직였는지가 더 중요했던 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