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받아 든 그날 밤이 가장 길었다. 최종 형량이 나왔을 때 변호사가 "합의 시점이 빨랐던 게 도움이 됐다"고 했는데, 그 말의 무게가 법원 계단을 내려가면서야 제대로 느껴졌다.
합의 과정에서 처음엔 상대방 입장을 최대한 인정하는 쪽으로 반성문을 썼다. 내 책임을 다 뒤집어쓸 셈으로. 변호사는 "솔직하되, 일방적으로 죄책감을 드러내는 건 법관이 오히려 의심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두 번째 반성문은 달랐다. 회식 후 분위기가 어땠는지, 상대가 먼저 손을 댔던 부분, 내가 방어하다가 과했던 부분을 시간순으로 풀어썼다. 감정이 아니라 상황을 설명하는 식으로.
판사는 판결문에서 "쌍방 과실이 인정되나, 피고인이 사건 초기부터 합의 의사를 보이고 피해자의 치료비 전액을 부담했으며, 반성의 정도가 진정해 보인다"고 적었다. 그 문장을 읽으면서 깨달은 게 있다. 합의 속도가 빠를수록,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형식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일수록 법원의 시선이 달라진다는 것. 내 경우엔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상대방과 직접 한 번 더 만나서 "정말 죄송했다"고 말했는데, 그게 조서에도 기록됐고 판결에도 반영된 것 같다.
집에 와서 느낀 건 안도감이라기보다 허무함이었다. 이 모든 과정이 몇 달에 걸쳤는데, 법원은 수십 분 안에 판단했다. 하지만 그 수십 분을 위해 내가 준비한 것들 모두가 반영된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형량 자체는 불리하지 않았다. 비슷한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합의가 빨랐던 것, 그리고 반성문에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기술했던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변호사는 평가했다.
요즘은 판결 이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더 어렵다는 걸 안다.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