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경찰 조사를 다시 받았는데, 변호사가 한 말이 계속 떠올라서 글을 쓴다. 처음 입건됐을 때랑 합의 과정이 어느 정도 보인 지금이랑 진술 톤을 살짝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거였다. 법적으로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고, 같은 사실이라도 어떤 각도에서 설명하느냐가 판사 인상에 엄청 차이난다는 뜻이었다.
처음 경찰에 출석했을 때는 머리가 복잡했다. 상대방도 때렸고 나도 맞았고,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 기억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그냥 있는 그대로 "음주 상태에서 서로 밀쳤고, 상대가 먼저 손을 들었던 것 같은데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근데 변호사는 이게 문제라고 했다. 확실하지 않다는 표현이 법정에서는 "일관성 없는 증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물론 거짓은 아니지만, 좀 더 신중하게 기억을 정리한 후 진술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 후로 일주일을 진짜 고민했다. 그날 밤을 여러 번 떠올려봤다. 회식 장소, 나오면서 뭐가 트러블이었는지, 거리에서 구체적으로 뭐가 먼저 일어났는지. 변호사한테 물어본 것도 있고, 아내한테도 물어봤고. 그 과정에서 기억이 좀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변호사는 "이 정도면 법정에서 당신의 진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기초가 됐다"고 평가했다.
두 번째 경찰 조사 때는 그 다듬어진 진술을 했다. 물론 사실에 기반했지만, 표현은 훨씬 명확했다. "상대방이 먼저 손을 올렸고, 나는 방어 차원에서 반격했다" 이런 식으로. 상대방 기록과 비교해도 충돌이 적을 거라고 변호사가 예상했다.
근데 이게 합의 타이밍이랑도 연결된다는 게 흥미로웠다. 진술을 정리하는 데 며칠이 걸렸잖아. 그 기간 동안 상대방 측도 자기네 변호사를 통해 움직일 거고, 합의금이 어느 정도 선이 될지도 모양이 잡힐 시간이었다. 만약 처음부터 확신 없이 "음... 잘 모르겠는데..." 이러고 경찰 조사를 마쳤으면, 상대방은 자기한테 유리하다고 생각했을 거다. 그럼 합의금 협상에서 훨씬 높은 걸 요구했을 거고.
실제로 진술을 정리한 후 상대 측 변호사 태도가 미묘하게 달라졌다. 전에는 좀 더 강하게 나왔는데, 우리 변호사가 법정 진술 계획을 살짝 흘린 후로는 현실적인 선으로 돌아왔다. 상대방도 법정에서 지는 걸 피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일정 관리가 이렇게까지 중요한 줄 몰랐다. 변호사 면담, 경찰 조사, 진술 정리, 합의금 협상, 합의서 작성까지 이 모든 게 일정 순서대로 진행되면서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거. 한두 가지 일정이 늦어지거나 순서가 꼬이면 양형자료 준비도 꼬이고, 상대 협상 입장도 달라지고, 최종 판결도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었다.
이미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 지금 와서 되돌릴 수 없지만, 앞으로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처음부터 변호사와 시간 여유를 가지고 준비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진술도 서두르지 말고, 합의도 무작정 빠르게 진행하려고만 할 게 아니라, 각 단계마다 충분히 정리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내 경험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