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반에는 변호사님이 제시한 합의 일정을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상대방과 접촉하고, 진료비 확인하고, 합의금 액수 조율하고, 합의서 작성하고...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진행되겠거니 했죠. 그런데 현실은 달랐습니다.
첫 번째 약속 날짜를 변호사님과 잡았는데 상대 변호사가 일정을 미뤘어요. 그 다음에는 제가 회사 일로 못 갔고, 그 다음에는 상대방 진료비 영수증이 누락됐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한 달 반이 훌쩍 지나갔어요. 그러다 보니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합의 절차가 미뤄지고, 공판까지의 시간이 계속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변호사님은 공판 전에 합의를 끝내는 게 양형에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습니다. 합의가 늦어질수록 반성의 진정성을 판사가 의심할 수 있다고 했어요. 실제로 법원은 사건 초기에 빠르게 합의한 사람과 공판까지 끌고 간 사람을 다르게 봅니다. 특히 우발적 폭력 사건처럼 쌍방이 다 잘못된 경우, 합의 시점이 선고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일정표를 다시 세웠습니다. 매주 월요일에 변호사님께 진행 상황을 확인하기로 했고, 제가 준비할 서류는 5일 안에 챙기기로 약속했어요. 상대방 측 일정이 밀리면 우리 쪽에서라도 먼저 움직이자는 결심이었습니다. 결국 2주 만에 합의서를 받을 수 있었고, 공판 전 합의 완료 상태로 법정에 들어갔습니다.
판사는 합의서를 보고 "빠른 시간 내에 상대방과 합의했네요"라고 말했어요. 그 한 마디가 결과에 얼마나 작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반성의 의지가 있다는 신호는 전달된 것 같았습니다. 사건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손해인 건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