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를 끝내고 나니 다음 단계가 또 있더라고요. 검찰에서 기소를 할 거냐 안 할 거냐 결정하기 전에 우리 변호사는 "지금 상태로도 충분하다"고 했는데, 나중에 합의서를 들고 검찰에 제출하면서 "반성 자료를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고 의견을 바꿨어요. 처음엔 왜 그럴까 싶었는데, 알고 보니 쌍방 사건이라서 상황이 복잡하다는 거였어요.
상대방도 입건되어 있으니까 검찰이 판단할 때 우리 쪽이 일방적으로 피해자처럼 보이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런데 동시에 우리가 너무 약해 보이면 "합의금만 주고 반성은 부족하다"고 평가될 수 있다는 거고요. 변호사가 말한 게 "합의 자체가 반성의 증거이지만, 공판까지 가는 만큼 그 과정에서 또 다른 형태의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래서 합의서 사본, 진료비 영수증, 새로 쓴 반성문 같은 걸 검찰에 먼저 제출했어요.
결국 공판이 잡혔는데, 법정에 가기 전에 우리 변호사는 "판사가 동기를 물어볼 때는 '술 때문이었다'는 식의 피동적 진술을 절대 하지 말고, 본인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는지를 깊이 있게 설명하라"고 했어요. 그게 결국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고 했어요. 마지막에 판사가 "합의도 했고 반성도 진실해 보이는데, 왜 이 정도까지 왔을까"라는 식으로 물었을 때, "충동적이었다"는 말 대신 "그 순간의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했다"고 답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니 그 한두 마디 차이가 결국 선고 때까지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공판 준비할 때 그냥 합의서만 들고 가는 게 아니라, 그 합의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어떻게 설명할지도 정말 중요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