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벌금형을 받고 항소를 냈는데, 변호사가 항소장과 함께 새로운 반성문을 제출하자고 했다. 처음엔 이미 1심 때 반성문을 냈는데 뭐가 달라질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1심과 항소심은 상황이 좀 달랐다. 1심 때는 합의가 진행 중이었고, 상대방도 입건된 쌍방폭행이라 어떻게 될지 불명확했다. 항소심 때는 이미 합의가 체결되고 진료비까지 다 납부한 상태였다.
변호사 조언에 따라 항소심 반성문에는 그 사이의 변화를 담았다. 합의 과정에서 상대방 입장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됐다는 점, 배우자와 직장 동료들에게 미친 영향을 돌아봤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실제로 음주 문화를 바꿨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썼다. 1심 때는 일반적인 반성 톤이었다면, 항소심 것은 시간이 흐른 뒤 더 성숙된 자세를 보여주려고 했다.
판사 입장에서는 항소심 반성문이 더 의미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변호사가 설명했다. 1심 직후 급히 쓴 것과 달리,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본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항소심 판결문에서 판사가 합의 사실과 함께 "신청인의 반성 태도"를 언급했다. 별도로 언급한 걸 봐서는 그게 양형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 같다.
항소심 결과는 1심 벌금이 깎였다. 합의금과 반성문이 모두 작용했겠지만, 특히 시간 차이가 나는 두 개의 반성문을 함께 제출한 게 "진정성 있는 변화"로 읽혀진 것 같다. 물론 항소 자체가 받아들여진 덕분이기도 했지만, 처벌을 받는 입장에서는 1심 후에 끝났다고 생각하지 말고 항소심을 다시 한 번의 기회로 봐야겠다는 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