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초기에 가장 크게 두려워했던 게 직장 알림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좀 우습기도 하지만, 그때는 정말 진심으로 그게 인생이 끝나는 일처럼 느껴졌거든요. 합의금도 합의도 다 뒷전이고, 오직 "직장에는 절대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만 반복했어요.
변호사님이 처음에 설명해주셨는데, 기소유예나 불기소로 끝나면 신원공개 가능성이 적다고 했어요. 그래서 더 합의에 집착하게 됐던 것 같아요. 빨리 합의를 성사시키고, 나중에 공판 단계에서도 판사한테 "피고인이 이미 상대방과 원만하게 합의했다"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했던 거죠. 제 생각엔 그게 판사가 양형을 결정할 때 생각보다 크게 영향을 미쳤던 것 같아요.
합의 과정에서 반성문을 쓸 때도 직장 상황을 섬세하게 고려했어요. 너무 뉘우치는 톤으로 쓰면 법원에서 "저 사람 진짜 반성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렇게 성실한 사람이 사건을 일으켰다"는 부분이 오히려 감정적 판단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담담하게 "회식 후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며, 상호 간 감정 대립으로 인한 결과"라고 정리했어요. 너무 자책하는 느낌을 주면 법원에서 오히려 내가 약한 사람이라고 판단해서 약식으로 형을 올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공식적으로 직장에 사건 사실이 전달되는 걸 막을 수는 없다는 걸 깨달은 건 꽤 늦었어요. 경찰 조사 때 회사를 거짓으로 적지 않았으니까요. 검찰 단계에서 직장 신원조회를 할 수도 있다고 했고, 그럴 경우 회사 인사팀에서는 알게 되겠지만, 공식적인 징계까지 가려면 판사의 판단과 형량에 따라 달라진다는 얘기였어요. 결국 최선의 결과(불기소, 기소유예, 약식명령 등)를 얻는 게 직장 유지의 열쇠라는 결론에 도달했어요.
그 이후로 변호사님과 전략을 짤 때도 "직장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언급했어요. 합의금 액수를 높게 책정하면 판사가 "피고인이 충분히 반성하고 성실하게 합의했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또 합의서 날짜가 빠를수록 좋다고 했어요. 왜냐하면 공판 전에 합의가 성립된 사건은 판사가 형량을 낮게 책정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니 직장 알림 여부 때문에 사건을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게 됐던 것 같아요. 합의금 마련에도 더 진지했고, 반성문도 더 신경 썼고, 공판 준비도 더 철저히 했어요. 결과적으로 그게 양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것 같은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내 사건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아직 최종 판결은 안 났지만, 지금까지의 과정에서는 "직장에 들키지 않기 위한 노력"이 결국 "판사의 심증을 좋게 만드는 노력"과 일치했던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