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반성문 초안을 보고 처음으로 지적한 게 뭔지 아세요? "여기서 '그 순간의 분위기'라고 설명하는 부분이 문제"라는 거였어요. 저는 그냥 당시 상황을 객관적으로 서술하려고 했는데, 판사 입장에서는 그게 책임을 희석하려는 시도처럼 들린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처음 버전을 다시 읽어보니 정말 그랬어요. 저는 무의식중에 "술도 마셨고, 분위기가 좋지 않았고, 상대방도..." 이런 식으로 배경을 깔고 있었던 거예요. 마치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상황의 피해자처럼 쓴 거죠. 변호사는 "경위와 반성은 분리"하라고 했어요. 경위는 객관적으로, 반성은 철저히 주관적으로. 내 책임만 놓고.
두 번째 버전은 정말 다르게 나왔어요. "제가 주먹을 먼저 휘둘렀습니다. 술을 마셨다는 건 변명이 아니며, 그 순간 제 판단력과 자제력이 부족했습니다." 이렇게요. 상대방 진술이나 상황 설명은 빼고 오직 내가 뭘 잘못했고 어떻게 할 건지만 썼어요.
재판부에서 판사님이 선고할 때 반성문을 언급하더니 "피고인이 사건의 경위를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충분한 반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어요. 솔직히 그 말 들으면서 '아, 저게 차이구나' 싶었어요. 처음 버전이었으면 분명 다른 평가를 받았을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니 반성문이라는 게 단순히 "죄송합니다"라는 문장을 길게 늘리는 게 아니더라고요. 판사가 "이 사람이 진짜 자기 행동을 이해하고 있나?"를 읽는 과정이 반성문이라는 거 같았어요. 그래서 모호한 표현이나 상황 탓하는 뉘앙스가 들어가면 안 되는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