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선고문을 읽던 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순간 정신을 못 차렸어요. 변호사 말을 들으면서도 뭔가 현실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고, 법정을 나와서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만 있었습니다. 지금은 선고 후 약 석 달이 지났고, 제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조금 정리할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가장 처음 마주한 문제는 심리적인 것보다 현실적인 것이었습니다. 선고 직후 몸이 경직되었고, 밥을 먹어도 맛이 없었어요. 직장은 이미 휴직 상태였고, 복직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습니다. 가족들도 말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선고 결과를 듣고 울었고, 저는 울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죄책감과 현실감각 사이를 오가며 하루를 버티는 식이었어요.
양형자료를 준비하면서 마음의 준비를 했던 것과는 다르게, 실제 선고 후엔 그 자료들이 이미 역사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성문을 썼던 날, 교육을 받던 날, 합의 관련 서류를 정리하던 날들이 마치 다른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어요. 이제 그것들은 판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과거의 것이 되었고, 제가 해야 할 일은 선고받은 결과 위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석 달이 지나면서 조금씩 일상의 틀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이 정해졌고,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고, 아내와 짧은 대화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직장 복직은 요원해 보이지만, 변호사와는 상소 여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 중입니다. 제 경우 1심 판단에 대해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 부분이 있어서, 항소를 고민 중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상황을 빨리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 있어요.
가장 어려운 부분은 주변 시선입니다. 이웃사람들이 제가 무엇을 했는지 알 리 없지만, 스스로 느껴지는 낙인이 있습니다. 우체국에 가도, 마트에 가도 누군가는 저를 손가락질하고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있어요. 이건 선고 후 더 심해진 것 같습니다. 선고 전에는 혹시 모를 가능성이 있었지만, 이제는 확정된 현실이니까요.
지금의 과제는 선고 받은 처벌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가 아니라, 이 선고 이후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변호사와는 항소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하기로 했고, 동시에 가족과의 관계 회복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 있습니다. 아내가 저를 다시 바라볼 때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석 달 전의 저보다는 조금 더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생각은 듭니다. 이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