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 조언에 따라 법정을 한 번 미리 가보기로 했습니다. 실제 판결이 날 장소를 눈으로 확인하고, 마음의 준비를 좀 더 단단히 하고 싶었거든요. 그날 오전에 시간을 내서 혼자 법원을 찾아갔는데,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뭔가 다른 공기가 흐르더라고요. 평소 지나던 일반 건물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보안을 통과하고 해당 법정 층으로 올라갔을 때 심장이 철렁했습니다. 실제 판사가 앉을 자리, 검사 자리, 변론인 자리가 모두 눈에 들어왔고, 피고인석도 보였습니다. 제가 며칠 뒤 그곳에 서게 될 거라는 생각이 갑자기 현실처럼 느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서류로만 진행되던 사건이 이제 법정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마무리될 차례라는 걸 몸으로 인식했다고 할까요.
법정을 한 바퀴 돌면서 카메라나 녹화 기구가 어디에 있는지, 입장 동선은 어디인지, 혹시 있을 순간들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생각했습니다. 변호사님께는 이미 여러 번 설명받았지만 직접 눈으로 보니 달랐습니다. 추상적이던 것이 구체적으로 변한 거죠. 선고받을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지, 어디를 봐야 하는지 같은 작은 부분들도 신경 썼습니다. 피해자분이 오실 가능성도 있다고 했으니까요.
법정을 나올 때쯤엔 기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불안이라고만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편안함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현실을 마주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준비해온 것들—반성문, 합의, 교육 이수 증명서, 변호사님의 의견서—이 모두 이 법정에서 판사님의 판단 앞에 놓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결국 제 인생의 다음 장을 결정할 거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며칠간의 공판 과정과 최종 선고까지 남은 기간들을 버텨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적어도 더 이상 미지의 공간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작은 위안도 있었습니다. 알려진 곳은 두렵지 않으니까요. 이제 남은 건 판결을 받을 때까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면서 기다리는 것뿐입니다. 이수 중인 교육도 책임감 있게 끝내고, 혹시 모를 추가 서류 요청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두기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