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반성문 작성을 강조하셨을 때만 해도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그냥 지금까지의 잘못을 인정하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내용을 정리하면 되겠지, 이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펜을 들었을 때는 정말 막혔어요. 뭘 어떻게 써야 할지, 어느 정도 깊이로 들어가야 할지, 혹은 피해자분께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거리를 두는 게 맞는 건지 판단이 안 섰습니다.
첫 번째 초고는 정말 형편했어요. 변호사님께 보여드리니 즉시 "이건 너무 표면적"이라고 하셨습니다. 단순히 사건을 인정하고 반성하겠다는 말의 나열이었거든요. 감정이 실려있지 않았고, 왜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도 없었습니다. 법원이 보고 싶은 건 그게 아니라고 하셨어요. 단순한 책임 인정이 아니라, 피해자분이 어떤 마음으로 고통받았을지를 진정으로 고민하는 자세, 그리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까지 담아야 한다고요.
두 번째 시도에서는 너무 반대 방향으로 갔어요. 이번엔 감정을 너무 많이 담으려다 보니 자기합리화처럼 읽혀버렸습니다. 마치 내가 피해자처럼 느껴지는 쓰임새였어요. 변호사님이 "이건 반성이 아니라 변명처럼 들린다"고 지적해주셨을 때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어요. 반성문이라는 게 쉬운 게 아니구나, 내 감정과 진정성의 밸런스를 맞추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에요.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까지 계속 수정했습니다. 각 번마다 변호사님 피드백이 달랐어요. "이 부분은 구체적으로", "여기서는 너무 길게", "이 표현은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이건 좋은데 마무리가 약하다" 이런 식으로요. 처음엔 피곤했지만, 계속하면서 느껴졌어요. 변호사님이 지적하는 부분들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말입니다.
여섯 번째 버전이 나왔을 때 변호사님이 처음으로 "이제 봐줄 만하네요"라고 하셨어요. 그 말 한마디에 정말 안도가 됐습니다. 그 버전도 완벽하다고 평가하신 건 아니었지만, 최소한 방향이 맞다는 뜻이었거든요. 그 이후로는 미세한 표현 조정 정도만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성문 작성 과정 자체가 양형자료 중에 가장 까다롭고도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합의는 피해자분 의향이 큰 부분이고, 기타 자료들은 사실상 증빙 문제인데, 반성문은 순전히 내 진정성과 통찰력이 드러나는 부분이거든요. 법원도 그걸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몇 개월이 더 남겨져 있지만, 이 과정에서 무언가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기회가 됐다는 건 부정할 수 없어요. 처벌 경감을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내가 정말로 뭘 잘못했는지 마주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