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선고가 나온 지 열흘쯤 됐는데, 어제 처음 회사에 나갔습니다. 합의도 마쳤고 실형도 없었고 집행유예라는 판단이 나왔으니까 당연히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다리가 떨렸어요.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누가 뭐라고 할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사건 수사받을 때는 외출도 자유로웠고, 합의 진행할 때도 어쨌 절차인 거라고 마음먹을 수 있었어요. 법원 출석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선고가 끝나고 현실로 돌아오니까 다른 문제더군요. 회사 동료들과의 관계, 일에 집중하는 것, 일상의 루틴을 다시 만드는 것. 이게 생각보다 심리적으로 버거웠습니다.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교육 이수 증명서랑 합의서 사본을 회사 인사팀에 미리 제출했는데, 그게 어떤 식으로 공유되는지, 누가 알게 되는지 불안하더라고요. 형사합의가 끝났다고 해서 직장에서의 신뢰가 돌아오는 건 아니라는 걸 이제 깨닫습니다. 오히려 일을 더 잘해야 한다는 무게감이 생겼어요.
어제 퇴근할 때 한 선배가 평소처럼 안녕히 가라고 해줬을 때 눈물이 살짝 났습니다. 작은 말 한마디가 이렇게까지 위로가 될 줄은 몰랐어요. 아직도 불안하고 미안한 마음이 많지만, 일단 매일 출근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선고 후가 정말 힘들다는 걸 이제야 실감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