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을 받고 한 달 정도 지났을 때, 변호사님이 항소장 준비를 시작하자고 했어요. 그때 저는 1심 때 준비했던 자료들을 다시 쓰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변호사님 말로는 항소심은 다른 법관이 판단하는 거라서, 1심에서 떨어진 부분에 대해 다른 각도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어요. 특히 양형에 관해서는 1심 판결문에서 법원이 지적한 부분을 정확히 읽고, 그걸 보완하는 식의 자료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1심에서 "피고인의 반성이 부족하다"고 명시돼 있으면, 그 이후 몇 개월 동안 실제로 뭘 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자료들이 필요하다는 거였어요.
저는 그 시점에서 새로 심리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교육 프로그램도 1심 이후에 이수했던 거라 그 수료증들을 모아서 항소장에 첨부했습니다. 처음엔 돈이 더 드는 거 아닌가 해서 울적했지만, 생각해보니 1심에서 했던 것들만 반복하면 항소심 법관도 "이미 1심에서 본 자료인데 뭐가 달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변호사님은 합의금을 추가로 납부한 것도 중요하다고 했어요. 항소 진행 중에 분할로 남은 금액을 더 납부했는데, 그것도 양형자료로 의미가 있다는 거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시간의 경과와 함께 저의 태도가 변했다는 걸 법원에 보여주는 거라고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항소준비 기간이 1심 판결 이후 처벌을 더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시간을 제대로 써서 실제로 변화하고 그걸 증명할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습니다. 물론 항소가 받아들여질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1심 이후에도 노력했다"는 걸 법원에 전달할 수는 있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