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 5시 반이면 일어나요. 예전엔 생각도 못 했는데 말이에요. 처음엔 불안해서 못 자던 거라 그냥 깨어나니까 누워만 있는 것보다 차라리 밖에 나가자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집 근처 산길 산행이었습니다.
처음엔 혼자 다니는 게 어색했어요. 누군가 자꾸 나를 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거든요. 근데 한 달쯤 지나니까 달라지더라고요. 같은 길을 반복하다 보니 산의 계절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나뭇잎 색깔이 바뀌고, 산새들의 울음도 달라지고. 그리고 무엇보다 매일 등산로에 오르는 자기 자신이 조금씩 강해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변호사님께 생활 기록을 준비하라고 하셨는데, 이게 바로 그것 같아요. 규칙적으로 산을 오르고, 직장 가고, 금주도 하고, 매주 상담도 빠지지 않고. 어쩌면 이런 작은 습관들이 내가 정말로 바뀌려고 애쓰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건 아닐까요. 처음엔 양형자료를 만들기 위해 시작한 일정들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내 삶을 다시 세우는 과정 같아요.
어제 새벽에도 산에 올랐어요. 서리가 소복이 내려앉은 길을 밟으며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매일매일 한 발 한 발 올라가다 보면, 결국엔 어디든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판사님 앞에 설 때도 당당할 수 있을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