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치 이후 변호사 선임 후 처음으로 상대방 측 변호사와 접촉했다. 합의 협상이 현실화되면서 심리 상태가 확 달라졌어요. 지금까지는 자기 관리하고 양형자료 모으는 데 집중했는데, 이제는 상대방 피해,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변호사가 상담할 때 강조한 게 있었어요. "합의액이 중요한 게 아니라 상대방이 당신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법정에서 이길 수 없는 사건이기도 하고, 합의로 가는 게 맞는 판단이라고 했을 때 처음엔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어요. 하지만 생각을 바꿔보니 상대방 입장에서는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법정 싸움을 계속하는 것보다 빠르고 명확한 해결을 원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주에 외래 상담 마지막 회차에서 상담사와 이 부분을 깊게 얘기했어요. "피해자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 있나요?"라는 질문이 의외로 무거웠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이 왜 잘못된 것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만 집중했는데, 상대방이 느꼈을 불쾌감이나 분노를 직접 마주한 적이 별로 없었거든요. 상담사는 합의 협상 과정 자체가 그런 성찰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며칠 전부터 합의 관련 서신들을 읽으면서 상대방이 적은 내용들을 꼼꼼히 봤어요. 피해 진술서, 합의 요구 이유 같은 것들. 당연히 화난 톤이었지만, 그 안에서 상대방이 정말 화났구나, 정말 신뢰가 깨졌구나 하는 부분이 보였습니다. 추상적인 "피해자 보호"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한 사람의 감정을 마주하는 느낌이었어요.
변호사는 합의금 액수 협상할 때도 상대방의 심리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너무 낮은 금액을 제시하거나 미안함 없이 협상하려 들면 상대방이 더 강경해질 수 있다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니 합의란 단순히 돈으로 문제를 종료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에게 "당신의 피해를 인정하고 책임을 진다"는 의사를 전달하는 과정이구나 싶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생활 루틴에 변화를 줬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퇴근 후에는 조용한 카페에 가서 상대방 입장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마음의 준비를 하다 보니 실제 합의 협상이 진행될 때 좀 더 성실한 태도를 보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님께도 이 과정을 설명했고, 엄마는 "상대방도 힘들겠구나"라고 하셨습니다.
아직 합의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 준비 과정 자체가 의미 있다고 느껴집니다. 양형자료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진심으로 상대방을 고려하는 마음가짐이 나중에 법정에서 판사에게도 보일 것 같아요. 최소한 이 사건을 통해 남는 게 "반성"이 아니라 "진정한 책임감"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