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이 다가오면서 처음 겪는 게 있더라. 법정에 어떻게 입고 가야 하나 하는 문제였다. 당연히 잘 입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뭐가 "잘 입는" 것인지 모르겠더라. 변호사와의 두 번째 미팅에서 이 부분을 구체적으로 물어봤는데, 의외로 중요한 준비 단계라고 했다.
변호사 말로는 판사 인상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본인이 사건에 성실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다. 너무 정장을 빤짝거리게 입어서도 안 되고, 그렇다고 일상복처럼 편하게 입어서도 안 된다는 뜻이었다. 변호사는 깔끔한 셔츠에 검은색이나 진한 회색 바지, 깔끔한 구두 정도면 충분하다고 했다. 여름이면 정장 재킷은 안 입어도 된다고도 했다. 핵심은 "깔끔함"과 "진지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것이었다.
나는 사직한 직장에 다시 들어갔을 때 입던 옷들을 꺼냈다. 직장 복귀 후로는 매일 그 옷들을 입고 다니니까 어색하지 않았다. 다만 변호사가 말한 부분 중에 "신발도 신경 쓰라"는 말이 자꾸 걸렸다. 오래된 운동화나 샌들은 절대 금지라고 했다. 나는 구두를 새로 사기로 했다. 너무 비싼 건 아니었지만, 법정에 가기 전에 한 번쯤 신어서 길들이는 게 낫다고 변호사가 조언했다. 처음 신는 구두를 신고 법정에 가면 불편함이 드러난다는 뜻이었다.
공판 준비는 법적 대응뿐 아니라 이런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 써야 한다는 걸 느꼈다. 변호사는 판사가 "지금도 충분히 반성하고 있고, 생활을 정상화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형자료 폴더도 정리하고, 직장 복귀 증명서도 받고, 출석 기록도 모아뒀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거였다. 실제 법정에 나타났을 때의 모든 것, 복장부터 태도까지가 메시지라는 거다.
마지막으로 변호사와의 세 번째 미팅에서는 법정 예절을 점검했다. 판사 말씀할 때 끄덕이기, 질문 받으면 천천히 대답하기, 변명처럼 들리지 않도록 사실만 말하기 같은 것들이었다. 당연한 것 같지만, 실제로 법정에 서면 다를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남은 건 공판 날 아침에 좋은 컨디션으로 깨어나서, 변호사와 합의한 대로 행동하는 것뿐이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이 부분만큼은 심플하게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