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진행하면서 처음 몇 달은 정말 힘들었다. 밤 11시에 누워도 새벽 3시, 4시까지 뜬 눈으로 지낼 때가 많았다. 법정 출석 날짜, 상대방 진술, 합의 진행 상황이 계속 맴돌아서 잠이 안 왔다. 낮에는 직장 다니면서 정상적으로 일해야 하는데, 졸음이 오지 않으니까 또 다른 종류의 피로가 생긴다. 점심 먹을 때도 별로 입맛이 없었고, 저녁엔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자야 한다는 불안감이 먼저 들었다.
변호사와 상담하고 합의 방향이 어느 정도 정해지면서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불확실성이 줄어든 게 제일 컸던 것 같다. 그 다음부턴 의식적으로 루틴을 만들려고 했다. 밤 10시 반에 휴대폰을 거실에 놓고, 라디오 같은 것을 틀어두면서 자리에 누웠다. 유튜브나 사건 관련 게시판을 스크롤하는 건 피했다. 아침 6시 반에는 일어나서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밥을 조금씩이라도 챙겨 먹으려고 신경 썼다.
지금은 대부분 자정 전에 자고 새벽 6시경 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악순환에서는 벗어났다. 처음엔 이게 무슨 중요한 일인가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판사한테 가장 나쁜 인상을 주는 게 심신이 황폐해 보이는 모습이더라. 반성문도 중요하지만, 법정에 가서 자신 있고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양형에 도움이 된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다. 남은 절차까지 건강하게 버티는 게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