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앞에서 선고를 받고 나가는 순간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벌금형이라는 결정이 내려졌을 때 안도감과 동시에 이상한 무게감이 남았어요. 제가 지은 일이 실제로 법으로 판단받았다는 게 다시금 현실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선고 후 일상으로 돌아오니 예상 못 했던 변화가 있었습니다. 가족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걸 느껴요. 처음엔 합의 과정에서 부모님이 함께 힘을 써주셨고, 반성문도 여러 번 첨삭을 받으면서 가족이 이 일을 함께 해결하는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선고가 끝나고 나니 조용해진 거 있죠. 엄마는 여전히 챙겨주시지만, 아빠와의 대화가 확실히 줄었습니다. 제가 한 실수가 얼마나 커다란 일인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거 같았어요.
합의금을 분할로 내기로 했는데, 매달 입금할 때마다 마음이 무거워요. 돈이 나가는 것도 아프지만, 그 돈이 상대방에게 가는 거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제가 그 사람에게 끼친 피해가 계속 떠올라요. 반성문을 쓸 때는 그 상황이 일어난 경위와 제 잘못을 짚어내는 데 집중했었는데, 이제는 실제로 그걸 돈으로 보상하고 있다는 게 다르게 다가옵니다.
변호사님이 처음에 합의가 빨리 이루어지고 진정성 있는 동기 진술을 했다는 게 판사의 양형에 긍정적으로 작용했을 거라고 하셨어요. 실제로 제 경우엔 벌금형으로 끝났고, 징역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지금 느끼는 건 벌금형이 끝이 아니라는 거예요. 선고 후의 일상에서 계속해서 그 사건이 저와 제 가족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걸 깨닫게 됐습니다.
직장에 복귀한 지도 한 달이 넘었는데, 아직도 사람들 시선이 신경 쓰일 때가 있어요. 누가 저를 이상하게 보는 건 아닐 텐데, 제 스스로가 그렇게 느껴지는 거죠. 그리고 그럴 때마다 '내가 왜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자꾸 돌아옵니다. 합의 과정에서 상대방과 직접 대면하지 않았는데, 그게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제 실수의 무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도 있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선고받은 벌금을 정확히 내고, 분할로 약속한 합의금도 성실하게 보내는 것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이 모든 게 과거가 될까요.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도, 동시에 이 경험 자체가 저에게 필요했던 거라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우발적이었던 그 순간의 감정 조절 못함이 가져온 결과를 이제 실생활에서 계속 마주하는 게 가장 큰 처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