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경찰 조사받을 때 선임한 변호사가 있었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진행 과정에서 답답함이 많았습니다. 기소 직전 즈음에 다른 로펌으로 옮기게 됐는데, 그 과정에서 배운 게 꽤 많아서 글을 남깁니다. 혹시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요.
첫 번째 변호사는 경험이 많은 분이었지만, 저와의 소통 방식이 맞지 않았습니다. 주로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저는 그냥 따르는 식이었어요. 합의 단계에 들어갔을 때도 명확한 설명 없이 진행되는 느낌이었고, 제가 궁금한 부분을 물어봐도 "일단 이대로 진행하세요" 같은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제 불안감을 제대로 털어놓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를 믿어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거든요.
로펌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기소 이후 양형자료 준비 방향에 대한 의견 차이였습니다. 처음 변호사는 반성문 작성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교육 이수 같은 것도 "나중에 생각해도 된다"는 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인터넷으로 찾아본 비슷한 사건들을 보니 양형자료가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부분을 강조하는 다른 로펌에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새로 선임한 변호사는 첫 상담부터 다졌습니다.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반성문을 써야 하는지, 어떤 종류의 교육이 감경에 도움이 되는지, 합의 진행과 동시에 준비할 수 있는 자료들이 무엇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해줬습니다. 물론 비용도 더 들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무엇보다 제 질문에 성실하게 답해주고, 제가 불안해하는 부분들을 인지해주는 모습이 달랐습니다.
로펌을 바꾸면서 깨달은 건 변호사 선임이 단순히 "누가 유명한가"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사건 경험이 많은 것도 중요하지만, 저 같은 의뢰인과 얼마나 잘 소통하는지, 제 사건의 약점과 강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크기 때문에, 변호사와의 신뢰 관계가 정말 중요합니다.
지금은 새 변호사와 함께 1심을 진행 중입니다. 반성문도 여러 번 고쳐가며 작성했고, 교육도 이미 신청했습니다. 합의도 진행 중이고요. 물론 결과가 좋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최소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만약 처음부터 현재의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이 과정이 덜 복잡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혹시 현재 선임한 변호사와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분이 있다면, 너무 늦지 않다면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변호사를 바꾼다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봅니다. 다만 기소 이후에 바꾸면 시간이 촉박해질 수 있으니, 가능하면 수사 단계에서 신중하게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