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변호사님과 상담하면서 자꾸 나오는 게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얘기입니다. 처음엔 그게 뭔지도 모르고, 솔직히 의구심이 많았어요. 재판을 앞두고 지금 이걸 왜 해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알아보고 몇 달을 다니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어서 후기를 남겨봅니다.
먼저 제가 다니던 곳은 법원에서 인정하는 센터였어요. 변호사가 연결해줬는데, 처음 전화할 때 떨렸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직접 마주쳐야 한다는 게 진짜 힘들었거든요. 하지만 가보니 생각보다 비난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상담사분이 처음부터 '이건 처벌받기 위한 게 아니라 재발방지를 위한 과정'이라고 명확히 했고, 그 말이 조금 마음을 놨습니다.
프로그램은 보통 1주일에 2~3회, 한 번에 1시간 반 정도 진행됩니다.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이 섞여 있었어요. 개인 상담에선 제 행동이 왜 나왔는지, 어떤 생각의 왜곡이 있었는지를 차근차근 들어다봤습니다. 솔직히 불편했지만, 동시에 필요한 과정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집단 상담은 처음엔 어색했는데, 비슷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과 나누다 보니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내 문제를 객관화할 수 있었습니다.
양형자료로서의 가치는 어느 정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 말로는 '적극적 반성'의 증거가 되고, 법원이 재범 위험성을 평가할 때 긍정적으로 봐준다고 했어요. 실제로 증명서도 나오고, 상담사가 작성한 소견서도 받을 수 있습니다. 제 경우 그 자료들을 준비서면에 첨부했고, 법정에서도 검사가 그걸 언급했거든요. 다만 이게 기적의 카드는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어차피 사건의 심각성, 피해 정도, 초범인지 아닌지 같은 다른 요소들이 훨씬 크게 작용하니까요.
가장 큰 수확은 뭐냐면, 프로그램을 다니면서 제 자신을 정말로 들여다봤다는 거예요. 법원을 위한 제스처가 아니라, 진짜 '내가 뭔가 잘못됐구나'를 인정하고 바꾸려고 노력했다는 감정이 생겼습니다. 당연히 변호사도 그걸 느꼈는지, 재판부 앞에서 더 자신 있게 '진정한 반성'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어요.
혹시 비슷한 상황인 분들이 보신다면, 이 프로그램을 순수하게 '감형 용도'로만 생각하지 말고, 정말로 자신을 바꿀 수 있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힘들고, 부끄럽고, 복잡한 감정들이 올라올 겁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있어야 법원도 신뢰하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도 달라졌다는 걸 체감할 수 있어요. 양형도 양형인데, 그게 궁극적으로 진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현재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라서, 이게 얼마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는지는 나중에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