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건 이후로 신경이 너무 예민해져서 밤에 잠을 설치곤 했는데, 어제는 새벽 4시쯤에 베란다에 나갔어요. 날씨가 좋아서 그냥 앉아만 있다가 골목길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가는 걸 봤거든요. 회색 줄무늬고 꽤 뚱뚱한 녀석이었어요ㅋㅋ 분명 그냥 5분만 보려고 했는데 깨달으니까 한 시간이 훅 지나가 있었어요.
고양이가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어디론가 슬금슬금 사라졌는데, 그 모습이 자꾸 자꾸 눈에 들어왔어요. 별 생각 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데 저렇게 담담한 게 있나 싶었거든요. 요즘 제 자신은 자꾸만 뭔가에 불안해하고 있었는데, 고양이는 그냥 자기 할 일 하는 거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카페에 다녀왔어요. 요즘엔 카페에 가는 게 루틴이 된 것 같아요. 거기서 처음 봤던 고양이 생각이 자꾸 났어요. 원래 저도 고양이를 좋아했는데, 사건이 있고 난 후로는 그런 소소한 것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거든요. 어제 새벽처럼 그냥 앉아서 뭔가를 관찰하고, 그걸로 한 시간을 쓰는 것. 이게 요새 제겐 꽤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일도 베란다에 나가봐야겠어요. 그 고양이가 또 나타날 리야 없겠지만, 그래도 한번 기다려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