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에 아내와 영화를 봤어요. 사건 이후로 둘이 함께 뭔가 하는 시간이 많이 줄었었는데, 어제는 그냥 자연스럽게 "영화 볼래?" 하는 말이 나왔어요. 그리고 아내가 "좋아" 하고 바로 표를 예매했어요.
극장에 앉아서 느낀 건데, 예전처럼 편한 침묵이 돌아온 것 같았어요. 예전엔 당연하게 누렸던 그런 침묵 말이에요. 사건 직후엔 옆에 앉아도 뭔가 어색하고 자꾸 미안해서 말을 붙이려고 했었거든요. 어제는 그냥 영화에 집중했어요. 아내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어요.
극장을 나오면서 아내가 "이거 좀 길었네" 하고 웃었어요. 그리고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어요.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런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요즘 많이 깨닫고 있어요. 아내는 제 얘기를 별로 하지 않아요. 하지만 어제처럼 "같이 있자"는 제안을 받으면, 그게 용서라는 단어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은 거 있죠.
오늘은 퇴근해서 집에 가서 밥을 먹어야겠어요. 아내가 뭘 해달라고 할 때마다 "좋아" 하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