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유죄를 인정합니다"라고 읽어내릴 때, 나는 내 손이 떨리는 걸 느꼈다. 그 다음 몇 분간 법정에서 나온 말들은 마치 물 아래서 들리는 소리처럼 둔했다. 변호사가 팔을 잡아줬고, 그제야 깨어난 것 같았다. 선고가 끝나고 사건이 종결됐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데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요즘 내가 자주 하는 생각은, 판결문이라는 게 얼마나 낯선 종류의 글인가 하는 것이다. 공식적이고 법적인 언어로 내 행동을 설명해 놓은 종이 한 장. 처음엔 그걸 읽는 게 두려웠다. 내가 뭘 했는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얼마 뒤 나는 그걸 읽어야 한다는 걸 알았다. 왜냐면 그게 끝이 어디인지 명확하게 보여주니까. 판결문은 이야기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가장 어려웠던 건 판결이 나온 뒤의 일상이다. 법정에서 나오는 순간, 사건은 법적으로는 종료되지만 내 삶에서는 시작되는 느낌이랄까. 회사로 돌아갈 때까지 2주일 정도를 집에만 있었는데, 그 기간이 정말 길었다. 아내는 내가 어떤 얼굴로 직장에 가야 할지 걱정하는 게 보였다. 나도 물론 걱정했다. 하지만 가야 했다. 법정에서 유죄를 받은 사람이 그 다음 날부터 먹고살아야 한다는 게 현실이다. 누군가는 그걸 잔인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그게 구원 같았다.
직장복귀 첫날은 예상보다 낫다고 할 수도, 나쁘다고 할 수도 있었다. 사람들이 나를 다르게 보는 건 맞는데, 그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차갑지는 않았다. 아마 누군가는 나처럼 행동 하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일은 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나는 일을 했고, 일을 계속하고 있다. 월급을 받고, 통장에서 의무금을 빠진다. 그리고 퇴근 후엔 운동을 한다.
요즘의 나는 판결을 한 구절처럼 생각한다. 문장으로 끝났으니 이제 다른 문장을 써야 한다는 의미로.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다음 문장은 내가 쓸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선고장을 처음 읽었을 때는 그런 생각을 못 했는데, 요즘은 그렇다. 아마 시간이 그걸 가능하게 해준 건 아닐 거고, 그냥 매일 나타나서 무언가를 한다는 행위 자체가 그렇게 한 걸 거다.
어제는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내가 준비한 밥을 먹으면서 아이가 학교 얘기를 했다. 나는 들었다. 그게 다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그 시간 동안 나는 다른 데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