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이후로 가장 힘든 부분 중 하나가 금전 관리였어요. 변호사 선임비, 법원 수수료, 검사 인견료, 심리평가 비용까지.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차례 지출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통장을 열기가 정말 무서웠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돈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차마 아내에게 자세히 말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처리해야 할 사건이 있는데 돈 얘기를 자꾸만 꺼내기가 그렇고, 이미 폐를 끼친 입장에서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던 거죠.
변호사분이 진행 과정마다 필요한 비용을 미리 알려주셨던 덕분에 급하게 당황하진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상과 달리 추가로 들어가는 부분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일단 내가 맡은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차용증을 끊고 빌렸던 적도 몇 번 있습니다. 아버지는 도움을 드리려고 했지만 받지 못했고, 직장 복귀 이후로는 월급에서 조금씩 갚아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지금은 사건이 마무리된 상태인데도 카드를 쓸 때나 통장을 들여다볼 때 그 당시 감정이 계속 떠올라요. 생각 없이 커피를 사먹거나 옷을 사려고 할 때도 그 돈이 혹시 다른 곳에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죄책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쓸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돼요.
최근에 아내와 처음으로 가계부를 함께 정리해봤어요.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연간 목표를 어떻게 잡을지를 놓고 대화했는데 그때 아내가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당신이 이미 책임지고 있으니까 나머지는 함께 하자"는 거였어요. 그 말을 듣고 한 달에 얼마씩 저축하고, 딸 교육비는 어떻게 할지, 부모님께는 언제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를 차분히 계획해볼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돈을 쓸 때 손이 떨리지는 않아요. 대신 더 신중하게 생각하게 됐고, 그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있다면 처음엔 정말 힘들겠지만 변호사나 주변 분들과 비용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게 마음의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혼자 짊어지려다 보면 더 커지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