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시작되고 가장 힘든 게 가족 때문이라는 거 아셨나요. 저는 그걸 요즘 많이 느껴요. 어제 변호사님과 상담하면서 항소심 증인 문제를 얘기했는데, 엄마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말씀을 들었어요. 근데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정말 막막했어요.
엄마는 이미 1심 재판 때문에 법원을 두 번 다녀왔어요. 가는 날마다 가방에 판결문 복사본이랑 메모장을 들고 다니면서 저를 도와주려고 애썼는데, 벌써 나이도 많으신데 또 항소심을 위해 증인석에 서야 한다는 게 정말 미안해요. 아버지는 건강 때문에 못 나오셔서 엄마 혼자 챙기셔야 하고요.
지난주에 엄마랑 얘기했어요. 법정에 가셔야 할 수도 있다고. 그런데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어요. 오히려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하겠다고. 그 말을 들으니까 눈물이 났어요. 이 사건이 엄마에게만 아니라 온 가족에게 얼마나 큰 일인지 다시 느껴졌거든요.
요즘 집에 가면 엄마의 얼굴이 예전처럼 밝지 않아요. 밥도 자꾸 남기시고, 밤에 자주 깬다고 하셨어요. 제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되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혼자 감당하려고 했는데, 결국 가족 전체가 함께 짊어지게 된 거네요. 변호사님은 그래도 항소심에서 실적이 있는 분이라고 했으니까, 최대한 준비를 잘 해서 엄마한테 더 이상 폐를 끼치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