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 공판이 잡혔을 때 변호사가 저한테 처음 던진 질문이 "지금까지 뭘 준비하셨어요?"였어요. 저는 반성문 몇 장과 합의서 사본을 건넸는데, 변호사는 "이건 최소예요"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양형자료가 뭔지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습니다.
법원에 제출하는 게 단순히 반성문과 합의 증거만 있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종류가 많았어요. 변호사가 1심 선고 전까지 준비하라고 한 항목들을 정리해보니 대략 일곱 가지쯤 되더라고요. 반성문은 물론이고, 가족 관계 증명서, 소득 증명, 그리고 교육 기관에서 받은 상담 프로그램 참석 증명서 같은 거들이었습니다. 특히 놀랐던 건 아직 선고 전인데도 이수 명령에 대비한 서류를 미리 챙기라는 거였어요. 선고 후에 이수 명령이 나올 거라는 예상 하에 교육 기관들에 미리 연락을 해두고, 등록 의사를 보여주는 서면을 받아오라는 식이었습니다.
변호사와 며칠에 걸쳐 반성문을 다시 썼어요. 제가 처음 쓴 건 너무 추상적이고 일반적이었거든요. 양형 자료로 쓸 반성문은 "왜 이 일이 일어났는가"부터 시작해서 "앞으로 뭘 할 것인가"까지 구체적인 흐름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관 입장에서 보면 반성의 깊이가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고요. 다섯 번 정도 수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변호사가 강조한 게 피해자에 대한 표현이었어요. 어떤 식으로든 변명처럼 들리거나 피해자를 贬하는 뉘앙스가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합의 과정도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합의금 액수를 놓고 조율하는 데 꽤 오래 걸렸어요. 합의가 되면 법원 제출용 합의서와 함께 입금 증명도 챙겨야 했습니다. 변호사는 "합의는 최고의 양형 자료"라고 했는데, 법원이 보기에 피해자와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건 어느 정도 책임을 인정하고 성의 있게 대응했다는 신호라는 의미였습니다.
그 외에 제 직업 경력서, 건강 진단서, 그리고 혹시 모를 경우를 대비한 추천서까지 챙겼어요. 추천서는 가족이나 친인척, 또는 직장 상사가 써주는 거였는데, 저는 직장 상사한테 신중하게 부탁했습니다.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되더라도 일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고 변호사가 설명했거든요.
1심 공판장에 들어가기 전, 변호사가 서류철을 다시 한 번 넘겨봤습니다. "법관이 이 모든 걸 읽고 판단합니다"라고 했어요. 당시엔 그 말이 얼마나 무거운지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1심 선고까지의 준비 과정 자체가 이미 양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던 거네요. 선고 후 이수 명령이나 신상정보 등록, 그 다음 과정까지 이어진다는 걸 알게 되면서 차라리 1심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해두는 게 맞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