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가 확정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어요. 복직 절차를 밟으려면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판결문 사본, 신원조회 동의서, 그리고 "사건 경위 및 반성 소명서"였습니다. 반성문과는 다른 거네요. 변호사한테 물어보니 합의 과정에서 쓴 반성문과는 별개로, 회사 내규에 따라 따로 제출하는 서류라고 했어요.
생각보다 까다로웠습니다. 법원에 제출한 반성문은 판사한테 보이는 거라 양형자료 관점에서 진정성과 구체성을 담으려고 했거든요. 근데 회사 서류는 조금 달랐어요. 사건 자체를 어떻게 설명할지, 회사에 끼친 피해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지, 앞으로 회사 내에서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건지를 더 무게 있게 써야 했습니다. 같은 반성인데 수신자가 다르니까 톤이 달라져야 한다는 걸 처음 깨달았어요.
인사팀과의 면담에서는 교육 이수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합의 조건으로 성범죄 재발방지 교육을 받기로 했는데, 그 이수증이 회사 복직에도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생각 같아서는 이미 한 교육인데 또 해야 하나 싶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자체 윤리 교육도 별도로 진행한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절차겠지만, 이 모든 게 누적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직무 복귀 이후 감시 체계였어요. 일정 기간 동안 행동 기록, 면담 스케줄, 업무 제한 사항 같은 게 있다고 했습니다. 법적으로는 선고 이후가 끝이지만, 조직 내에서는 신뢰 회복이라는 별도의 과정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게 공정한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회사 입장에서는 필요한 절차 같았습니다.
지금 복직을 기다리는 중인데, 법원 판결만으로 끝이 아니라는 게 현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