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가 성립되고 반성문도 제출했는데, 검사 재판정에서 공판으로 넘어간다는 통보를 받았을 때 처음으로 현실이 확 와 닿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하고, 합의금 준비하고, 공탁소 다니는 식으로 진행돼 왔는데 이제 법정에 직접 서야 한다는 게 달랐어요.
변호사님이 공판 준비 일정을 설명해주실 때 처음에는 잘 이해가 안 됐습니다. 합의서도 있고, 합의금도 공탁했는데 왜 또 법정에 가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생각해보니 합의가 있어도 법원은 양형 자료로만 봐야 하고, 실제 판단은 법관이 직접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합의서와 반성문, 그리고 내가 법정에서 어떻게 성의 있게 대답하는지가 모두 누적된 자료가 되는 거라고 하더군요.
공판 전에 변호사님 사무실에 가서 예상 질문지를 받았습니다. 검사가 물어볼 만한 것, 법관이 물어볼 만한 것들이 적혀 있었어요. 그중 가장 어려웠던 건 '당신이 이 사건 이후로 무엇을 배웠는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말로는 쉽지만, 법정에서 진심 있게 답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너무 길게 말하면 안 되고, 그렇다고 너무 짧으면 성의 없어 보이고. 그 밸런스를 맞추는 데 며칠을 고민했습니다.
합의금 공탁과는 다르게 공판 준비는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어요. 서류 작업은 단순히 물리적 일이라면, 법정 출석은 내 마음가짐과 태도 전체를 법관에게 드러내는 거거든요. 첫 공판 가는 날 아침에 옷을 세 번 갈아입었습니다. 너무 격식 있어 보이면 가식적으로 보일까봐, 그렇다고 너무 편하게 입으면 성의 없어 보일까봐. 결국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대로 깔끔하고 단정한 정장으로 입고 갔어요.
법정에 들어갔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검사가 먼저 의견을 제출했고, 내가 법관 앞에서 직접 질문을 받았어요. 예상했던 질문도 있었고, 전혀 생각지 못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중요했던 건 그 순간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는 거였어요. 변호사님이 사전에 '감정적으로 대답하지 말고, 사실만 차분하게 말하세요'라고 했던 조언이 정말 도움이 됐습니다.
공판을 마치고 나왔을 때는 정말 탈진한 기분이었어요. 신체적으로만 1시간 정도였는데, 정신적으로는 정말 길게 느껴졌습니다. 변호사님은 진행 상황이 괜찮았다고 하셨지만, 결국 선고 날까지는 알 수 없다고도 하셨고요.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면서 이전처럼 일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합의와 반성문도 중요하지만, 법정 출석 자체가 양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몸으로 느껴진 경험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