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가 성립된 지 열흘쯤 지났습니다. 변호사 사무실에서 받은 양형자료 체크리스트를 들었을 때 솔직히 한숨이 나왔어요. 합의서, 반성문, 진단서, 교육 이수 증명서, 직장 재직증명서... 이렇게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준비해야 한다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자료들이 의외로 따로 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합의금을 냈다는 건 피해자 분과의 관계를 정리했다는 증거고, 그것 자체가 반성의 첫 단계라는 뜻이었거든요. 변호사가 말한 대로 준비서는 단순히 "죄송합니다"를 반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보여주는 글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반성문을 쓸 때 제일 힘들었던 부분은 피상적으로 흘러가는 걸 피하는 것이었어요.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알게 된 내 행동의 원인들, 그리고 그것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바꿔나갈 건지를 구체적으로 담으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지난 몇 달간의 교육 이수, 상담 기록들이 단순한 의무 이행이 아니라 실제 변화의 근거가 된다는 걸 느꼈어요.
직장 복귀 후 근태기록도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선고 전까지의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그 기간 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판사의 인상을 좌우한다고 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단순히 "선고를 기다리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변했다는 걸 보여주는 시간"이라는 걸 어느 순간부터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지만, 이 준비 과정 자체가 나에게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