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처음 선임할 때는 정말 급했어요. 경찰 소환장이 떨어진 지 사흘 만에 가까운 법률사무소 문을 두드렸습니다. 당시엔 그냥 누군가 내 편이 되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거든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좀 더 신중하게 물었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초기 상담 때 저는 사건의 전체 흐름과 피해 주장의 모순점들을 다 설명했는데, 변호사는 주로 듣기만 하고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말해주지 않았어요. 나중에 알게 된 건데 그분은 주로 합의 쪽으로 사건을 진행하는 분이었습니다. 처음부터 "혐의를 다투려면 증거 구성이 중요하다" 같은 얘기를 했더라면 수사 단계에서 자료를 훨씬 체계적으로 정리했을 것 같아요.
상담료를 낼 때도 애매했습니다. 몇십만 원을 냈는데 정확히 어디까지가 상담이고 어디부터가 선임인지 불명확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제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까요"라고 물었을 땐 대략적인 절차만 설명하고, 구체적으로 제가 준비해야 할 것이 뭔지는 안 물어봐줬습니다. 통상 성범죄 사건에서 수사 단계부터 합의 시도, 불기소 처분 신청, 혹은 기소되면 법정 대응까지 여러 갈래가 있는데, 처음부터 "선생님 사건의 경우 어느 길이 더 현실적인지" 진지하게 짚어줄 변호사여야 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건 혐의 부분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한 것입니다. 피해 주장의 어느 부분이 문제고, 제 입장과 어떻게 다른지 변호사와 함께 차근차근 분석했으면 좋았어요. 법정에서 일관성 있게 답하려면 그 기초 작업이 정말 중요하거든요. 초기 상담에서 변호사가 "이 부분이 검찰에서 가장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고 지적해줬다면, 제가 쓸데없는 부분에 에너지를 쏟지 않았을 겁니다.
지금은 선임된 변호사와 여러 차례 만나면서 그제야 체계를 잡아가고 있습니다만, 시간이 꽤 걸렸어요. 혹시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처음 변호사를 찾는 중이라면, 상담 때 "수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뭘 준비해야 하는지", "혐의 부분에서 제가 다투기에 현실적인 포인트가 뭔지", "최악의 경우 기소되면 어떤 식으로 법정 대응을 할 건지" 이 정도는 꼭 물어보세요. 그리고 상담비와 선임비가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초기 선택이 이후 몇 개월을 좌우한다는 걸 이제야 확실히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