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를 결심한 지 한 달째입니다. 1심 판결문을 받고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었어요. 반성은 진심입니다. 그런데 판결 이유를 보면서 판사가 어떤 부분을 얼마나 무겁게 봤는지 차례대로 파악하게 되더라고요. 같은 유형의 사건인데도 법원마다, 판사마다 양형 폭이 이렇게 크다니 싶었어요.
변호사님과 판결문을 분석하면서 나온 얘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3년간 비슷한 사건들의 판례를 모아보니 1심 선고형이 저보다 훨씬 가벼운 경우들이 꽤 있었거든요. 물론 상황이 똑같지는 않지만, 제 경우엔 피해자분과 합의를 성사시켰고, 재범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도 이수했습니다. 이런 양형자료들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다는 게 변호사님의 분석이었어요. 처음엔 그 말을 듣고도 실감이 안 났는데, 판례를 직접 보니 확실히 달라 보이더라고요.
특히 마음에 걸렸던 건 반성문입니다. 저는 세 번을 다시 썼어요. 처음엔 너무 형식적이었고, 두 번째는 상황 설명이 길어서 진의가 묻혔고, 세 번째에야 피해자분께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마음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판결문에는 반성문 내용이 거의 언급되지 않더라고요. 혹시 판사님이 읽지 않으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합의도 마찬가지입니다. 피해자분과 합의금을 정하고 입금까지 완료했을 때는 정말 한숨이 나올 정도로 안도했었어요. 하지만 판결문에선 "피고인이 합의를 시도했으나 합의금 규모가 미흡하다"는 식으로 평가됐습니다. 그 순간 좌절감이 컸어요. 제 능력 범위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판사님 눈높이에선 여전히 부족해 보인 거죠.
변호사님은 항소장에서 양형 차등성을 강조하는 게 좋겠다고 했어요. 같은 행위, 비슷한 정황이라도 판사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건 법치주의 원칙상 설득력이 있다고 봤거든요. 저도 동의합니다만, 현실적으로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어서 막막하기도 해요.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추가 양형자료를 더 모으는 겁니다. 직장에서의 근무 평가, 종교 활동, 가족 상황 같은 것들이요. 변호사님은 1심에서 제출하지 못한 자료들을 항소심에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제 경우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후 심리 상태가 개선되었다는 전문가 의견서도 준비 중입니다.
항소를 하면서 느낀 건데, 처벌을 받는 것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공정함을 느끼지 못하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반성하고 최선을 다해도 불충분해 보이는 느낌, 같은 잘못을 한 누군가는 더 가벼운 형을 받는 현실. 그래서 항소를 포기할 수 없는 거 같아요. 내 경우가 과연 공정하게 평가받았는지 다시 한 번 법정에서 얘기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