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문을 받은 지 이제 석 달쯤 됐어요. 초반엔 숫자만 봤는데, 요즘엔 판결문의 다른 부분들이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특히 법관이 양형 이유로 언급한 항목들을 다시 읽어보면서, 내가 사건 진행 중에 뭘 놓쳤는지, 뭐가 실제로 작용했는지 정리가 되더라고요.
일단 제 경우엔 혈중알코올농도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높으면 안 좋겠지만, 3회차라는 전과 기록 자체가 이미 처벌 수위를 결정하는 거 같았습니다. 검사 의견서에서도, 판사의 판시 이유에서도 "누적된 위법 행위"라는 표현이 반복됐거든요. 처음부터 "이미 두 번 걸렸는데도"라는 무게가 깔려 있었던 거죠. 그래서 처음 적발 때보다 세 번째 때가 훨씬 더 엄했어요.
반성문은 솔직히 기대 이상으로 작용했다고 봅니다. 제 판결문 양형 이유에 "피고인이 범행을 깊이 있게 인정하고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는 내용의 반성문을 제출했으나" 이렇게 명시돼 있었어요. "그러나"라는 단어가 뒤에 붙긴 했지만, 아예 언급이 안 된 다른 항목들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형식적인 반성은 전혀 먹혀들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쓴 반성문도 여러 번 고쳐 쓰면서 구체적인 상황 인식과 죄책감을 담으려고 애썼는데, 그 부분이 실제로 눈에 띄었던 것 같습니다.
재범방지 교육 이수증은 이상하게도 판결문에 안 나왔어요. 처음엔 실망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검찰 단계에서 제출했고, 법원도 봤을 텐데 굳이 양형 이유에 명시하지 않은 걸 보면, 가중 요소를 상쇄하는 정도의 역할만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즉 교육을 이수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나을 수도 있지만, 그것 자체가 가산 요소는 아니라는 뜻일 수도 있다는 거죠.
금주 선언은 어떻게 평가됐는지 명확하지 않아요. 판결문에 직접 언급은 없었는데, 검찰 조사 때 "지금부터 금주하겠습니다"라고 했던 게 기록엔 남아있을 거예요. 그게 양형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앞으로 달라질 거라는 신호"로는 받아들여진 것 같습니다.
가장 아쉬웠던 건 합의였어요. 합의를 못 했거든요. 피해자분이 합의를 원하지 않으셨고, 검사도 그 의사를 존중했습니다. 다른 분들의 사건을 보면 합의가 양형에 꽤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 경우엔 그 기회 자체가 없었어요. 지금도 그게 아쉽긴 합니다.
결국 제 판결을 보면서 느낀 건, 가중처벌 사건에서는 "어떤 한 가지 요소가 판을 뒤집기는 어렵다"는 거였어요. 전과가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각각의 양형자료가 주변부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초반부터 변호사분과 함께 "이 정도 상황에서 우리가 최선으로 할 수 있는 게 뭔가"를 고민했던 게 맞았던 것 같아요. 반성문, 교육 이수, 금주 선언, 각각이 작은 돌 하나씩이었고, 그걸 차곡차곡 쌓은 게 최종 수위를 몇 달 아끼는 데 도움이 됐을 거라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판결도 확정됐고, 선고 내용도 받아들였어요. 다만 다른 분들이 이 과정을 밟을 때, "어떤 게 정말 중요한지"를 조금이라도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