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일이 터진 후 집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 언제냐고 물으면, 법정 출석날보다 그 전날 밤이었어요. 아내한테 사건 얘기를 꺼낼 때도, 검사 면담 통보받을 때도 아니었고, 아버지가 "내가 법정에 같이 가겠다"고 말씀하실 때였습니다.
처음엔 그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양형자료 패키지를 준비하면서 변호사한테도 들었고, 이 사이트 선배님들도 가족 동반이 인상적이라고 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아버지가 영장실질심사 다음날 법정에 앉으실 생각을 하니까, 제 잘못이 단순히 "제 처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의 시간을 빼앗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존심도 문제였어요. 33살 먹은 남자가 법정에서 아버지 옆에 앉아야 한다는 게.
어쨌든 선고공판에 가족이 함께 갔고, 제 경우엔 그게 양형에 직접 영향을 미쳤다고 봅니다. 물론 0.16% 수치도 있었고, 반성문과 교육 이수증도 준비했지만, 판사가 선고할 때 "피고인의 가족 동반"을 명시적으로 언급했거든요. 재범방지 의지를 보여주는 가장 구체적인 증거로 본 것 같아요. 합의금도 없었고, 전과는 5년 전 벌금이었는데, 결국 벌금형으로 마무리된 게 그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뒤늦은 조언을 하자면, 가족 동반은 선택이 아니라 사실관계예요. 억지로 데려가거나 연기할 수 없으니, 미리 가족한테 충분히 설명하고 심정을 나누는 게 중요합니다. 아버지도 법정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 힘들어하셨거든요. 저도 그 점을 미리 생각했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