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받고 한 달쯤 지났을 때 판결문을 정독할 기회가 생겼어요. 처음엔 벌금액과 자격정지 기간만 눈에 들어왔는데, 다시 읽어보니 판사가 양형 이유를 꽤 구체적으로 써놨더라고요. 그걸 이해하는 게 항소를 고민할 때나 다음 단계를 준비할 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자체보다 '재범'이라는 단어가 판결문에서 얼마나 무거운지 실감했어요. 검사와 변호사 모두 수치만 싸우는 줄 알았는데, 판사는 이전 적발 기록을 훨씬 더 신경 쓰고 있었던 거예요. 물론 농도가 높을수록 불리하지만, 3회차라는 사실 자체가 이미 판사의 신뢰를 다 깨뜨린 상태라는 걸 문장 곳곳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판결문에는 또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과 음주운전 교육 이수증을 참작했으나'라는 문구가 있었어요. 참작했으나, 이 표현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생각해보니 결국 '반성과 교육이 있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다'는 뜻처럼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반성문을 열심히 쓰고 교육을 먼저 이수하면 많이 감경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는 거죠. 양형자료로는 분명히 도움이 되지만 결정적 요소는 아니라는 뜻이었어요.
합의 여부도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지 못했는데, 판결문에서 합의 부재가 명시적으로 언급되진 않았어요. 다만 '유사 사건과 비교할 때 피고인 측의 노력 부족'이라는 뉘앙스는 읽혔습니다. 합의는 벌금 외 부분에서 그리고 항소심 준비에서 훨씬 중요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판결문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직업·가족관계·경제상황 같은 개인정보였어요. 제 회사 상황, 가정 상황, 경제 형편이 '감경 사유로 충분하지 않은' 이유로 꼽혀 있었거든요. 즉, 누군가는 이런 것들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 3회차라는 점이 그 모든 걸 압도했다는 느낌입니다.
지금 항소를 준비 중이라면 판결문의 '이유' 부분을 정말 꼼꼼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판사가 어느 부분을 감경 요소로 봤고, 어느 부분을 안 봤는지가 명확하게 나와 있거든요. 그걸 토대로 변호사와 항소전략을 짜면, 1심에서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도 지금 그 작업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