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변호사님께 제가 작성한 반성문 초안을 메일로 보냈어요. 며칠 뒤 답장이 왔는데 읽고 한숨이 나왔습니다. 거의 처음부터 다시 쓰라고 하셨거든요.
제 초안은 그 날 상황을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는 식이었어요. 술 마신 경위, 싸움이 난 원인, 누가 먼저 손을 댔는지까지 자세히 적었어요. 그런데 변호사님은 "이건 변명처럼 들린다"고 지적했습니다. 판사 입장에서는 "자신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글"로 읽힌다는 거였어요. 특히 상대방의 잘못을 언급한 부분에서요.
그래서 다시 써봤어요. 이번엔 상황 설명은 최소화하고, 내가 어떤 판단 실수를 했고, 그로 인해 상대방이 얼마나 피해를 입었는지에 집중했어요. 술이 깨고 나서 느낀 죄책감,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뭘 할 건지도 구체적으로 썼습니다. 직장 내 상담 프로그램 참여 계획, 음주 패턴 개선 결심 같은 거 말이에요.
변호사님은 두 번째 버전을 보고 나서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셨어요. 작은 문법 수정만 하면 된다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왜 이렇게까지 비굴해야 하나" 싶기도 했는데, 생각해보니 판사 입장에서는 수백 건의 사건을 보니까 진정한 반성과 변명을 구분하는 눈이 있을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지금 느끼는 건데, 반성문은 법률 문서라기보다 태도의 문서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호사님 조언이 정말 도움 됐어요. 혹시 같은 상황에 있는 분들이 계시면 처음부터 변호사님과 함께 작성하실 걸 추천합니다. 혼자 쓰면 피하고 싶은 본능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경우가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