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이 정도까지 온 줄 몰랐어요. 어제 변호사님한테서 공판 일정이 확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엄마한테 말하는 게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간 합의 진행 상황은 슬쩍슬쩍 얘기했지만, 이제 법정에 직접 출석해야 한다는 걸 알리니까 엄마 목소리가 떨리더라고요.
저도 처음엔 엄마가 법정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사님이 충분히 의견서 작성하고 제 반성이 담긴 자료들을 제출하면 괜찮을 거라고. 그런데 판사가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거예요. 특히 가정 환경과 성장 과정, 그리고 현재 가족 관계가 얼마나 영향을 받았는지를 법정에서 들으려고 하는 거라고 변호사님이 설명했습니다.
엄마는 처음엔 가면 안 된다고 하셨어요. 친척들 눈도 있고, 동네 사람들이 알까봐. 그런데 어제 밤을 지새우면서 생각을 바꾸셨대요. "니가 이렇게 된 게 내 탓도 있으니까 가야 한다"고. 그 말을 들으니까 정말 미안했습니다. 엄마가 뭔가 책임을 본인 탓으로 돌리려는 게 눈에 띄었거든요.
변호사님 말로는 가족 증인 진술이 판사 심정에 꽤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사건 자체의 경중도 중요하지만,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고 가족 관계가 얼마나 회복됐는가를 보는 거라고요. 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지만, 그걸 법정에서 말로 증명해야 한다는 게 참 막연합니다.
공판 준비하면서 가족과의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됐어요. 합의 과정 내내 엄마는 저 곁에 있어주셨는데, 저는 얼마나 진정성 있게 그 마음을 받아왔는지 되짚어보니 부족했습니다. 이번 기회가 법정 때문만이 아니라 가족과 정말로 다시 시작하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