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단계 종결 후 6개월이 지났는데, 요즘 가끔 생각나는 게 있습니다. 합의를 성립시킨 후에 검찰에서 한 번 더 소환했던 날의 일들입니다. 그때 받은 질문들이 생각보다 범위가 넓었거든요. 많은 사람들이 합의금을 내고 나면 검찰 단계가 끝날 줄 알았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합의 이후에 검찰 조사가 한 번 더 있을 수 있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당시 담당 검사는 합의 내용이 진정성 있는지, 그리고 반성의 정도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싶다고 했어요. 합의서 하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취지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받은 질문은 합의금 규모, 내가 어떻게 그 금액을 마련했는지, 피해자와의 직접 대면은 있었는지, 그리고 음주운전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구체적으로 뭘 하고 있는지였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검사는 반성문이나 교육 이수증도 있지만, 현재 진행형으로 뭘 하고 있냐를 물었거든요.
저는 그 자리에서 운전을 완전히 끊었고, 출퇴근을 대중교통으로 바꿨다는 걸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자비로 외래 상담을 받고 있다는 것도 말했어요. 종이에 기록된 것들이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실제로 하고 있는 행동들이 검사에게 어필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당시 제 진단서와 상담 기록을 그 자리에서 보여줬는데, 검사가 "이런 건 굳이 안 가져와도 돼"라고 했어요. 하지만 가져간 게 마이너스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합의를 한다고 해서 검찰 단계가 바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오히려 합의 이후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검사가 최종 의견서를 작성할 때, 합의금 규모뿐만 아니라 합의 이후의 피의자 태도까지를 본다는 걸 느꼈습니다. 종이에 박혀 있는 교육 이수증이나 반성문보다는 그 이후로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실제로 변화를 보이고 있는지가 더 큰 weight를 차지한다는 거죠.
지금 생각해보니 처음 합의를 할 때 검찰과 피해자의 타이밍이 어긋났던 이유도 그것 때문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합의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 피해자도 있을 것이고, 검찰 입장에서도 합의금만 믿을 수 없다는 생각이 있었을 걸요. 결국 그 사이에 내 태도, 내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그 과정이 끝났고, 비교적 가벼운 선에서 처리됐습니다만, 만약 다시 돌아간다면 합의를 할 때 금액과 시기를 정하는 것만큼이나 합의 이후 내 모습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미리 계획했을 것 같습니다. 검사도 인간이고, 결국 종이보다는 현재 진행 중인 변화를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가르침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