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변호사님이 계속 말씀하시는 게 양형자료를 체계적으로 모으라는 거였어요. 처음엔 뭐가 뭐하는 건지 몰랐는데, 이제 1년을 지내오니 뭔가 감이 옵니다. 법원에 제출할 자료들인데, 단순히 "잘못했습니다" 하는 글 한두 장이 아니라는 거죠.
지난주에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지난 1년간 모은 게 뭐가 있나 싶어서 다 꺼내봤어요. 첫 달에 쓴 반성문, 심리평가 결과지, 회사에서 받은 근무평정, 다니던 운동 센터 다시 끊은 후 새로 다니는 곳의 등록 영수증, 명의변경한 자동차 증명서, 퇴근 후 아이들 학원 픽업하는 기록들... 이런 게 다 모여 있었어요. 처음엔 그냥 서류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다 모이니까 "저 사람이 지난 1년을 이렇게 살았구나" 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변호사님이 재판부에 보여주려는 게 결국 그건 것 같습니다. 지금 당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가. 반성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뭘 달리 했나. 그게 가장 큰 양형자료가 되는 거라고 했거든요. 저도 처음엔 이상했어요. 왜 운동 센터 영수증이 필요하고, 왜 회사 평정이 필요한지 몰랐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맞더라고요. 그런 자료들이 모여야 "이 사람은 사건 이후 생활을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가 되는 거니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시간순으로 정렬하는 거였어요. 변호사님이 그렇게 하라고 하셨는데, 사건 직후부터 지금까지를 연대순으로 봤을 때 그 흐름이 보이더라고요. 처음엔 막막했지만 점점 생활이 안정되는 게 자료로도 드러나니까. 직장 출근율이 높아지고, 가족과의 약속이 늘어나고,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는 것들이.
요즘 한 가지 신경 쓰는 게 있어요. 앞으로 몇 달 더 모아야 하는데, 너무 의도적으로 보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요. 뭔가 "양형 위해서 이것도 시작했고 저것도 시작했다"는 느낌이 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요즘은 그냥 평소처럼 살면서 그 흔적들을 자연스럽게 모으려고 합니다. 회사에서 받은 성과평가, 퇴근 후 운동한 기록, 주말에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게 가장 설득력 있을 거 같아요.
변호사님 사무실을 다녀올 때마다 이 폴더에 뭘 추가해야 하나 묻는데, 답은 항상 비슷합니다.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자료입니다"라고요. 처음엔 좀 막연했는데, 요즘 그 말이 이해가 갑니다. 법정에서 판사님을 설득하는 게 결국 서류의 화려함이 아니라, 그 서류들 뒤에 있는 사람의 변화라는 거죠. 저도 그렇게 되어가는 중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