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변호사와 통화했는데 합의 협상을 일단 보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2주일간 상대방 측과 진행하던 협상이 계속 꼬이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것 같아서요. 처음에는 양쪽이 어느 정도 접근했었는데, 최근 들어 상대방이 자꾸 요구사항을 바꾸고 변호사를 통한 의사소통도 뭔가 부드럽지 않아졌어요.
변호사 말로는 상대방도 결정을 못 내리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습니다. 혹은 상담을 받으면서 생각이 더 강경해진 걸 수도 있다고요. 어쨌든 계속 협상을 진행하다 보면 감정만 상해서 나중에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었어요. 저도 그 말에 동의했습니다. 요즘 저는 자꾸 상대방을 원망하는 마음이 생기는데, 그런 감정 상태로는 합의가 되더라도 온전한 반성이 아닐 것 같거든요.
처음 합의 협상을 시작했을 때를 생각해 보니, 저도 얼마나 마음이 급했는지 느껴집니다. 어서 끝내고 싶고 빨리 정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상대방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일희일비했던 것 같아요. 변호사는 처음부터 "합의는 도구일 뿐 반성이 먼저"라고 했었는데, 그 말의 무게를 이제야 느낍니다.
1심이 아직 계속 진행 중이고 다음 기일이 2개월 정도 남았으니, 지금 합의를 강행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변호사는 말했어요. 오히려 다음 기일 직전에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더 진정성 있는 자세로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지금까지 작성한 반성문도 다시 읽어 보고, 교육 프로그램도 이수 예정이고, 가족들과 더 깊이 있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합의 보류 얘기를 했을 때 아내는 묘한 반응을 보였어요. 한편으로는 안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이 더 많아진 것 같았습니다. 처형과 벌금이 더 나올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 거죠. 그래도 "너무 억지로 합의하다가 문제가 되는 것보다는 낫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말해 줬어요.
정말 이상한 건데, 합의 협상을 잠시 멈추니 오히려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는 거예요. 매일 상대방 측의 움직임을 기다리고, 변호사 연락을 받을 때마다 떨리던 마음이 조금 진정된 것 같습니다. 그 대신 제 자신을 더 들여다보게 되었어요. 정말로 지금 저는 반성하고 있는가, 아니면 처벌만 피하려고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들이요.
앞으로 2개월간은 변호사 조언에 따라 교육 이수를 완료하고, 반성문을 몇 번 더 고쳐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분에 대해 진정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까지 제가 사건을 빨리 종결하려는 마음에만 급급했다면, 이제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제 마음을 정렬해야 할 시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