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가 선고를 마치고 법정을 나올 때 손이 떨렸어요. 변호사님이 결과를 설명해주셨는데 귀에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합의도 했고, 반성문도 썼고, 교육도 이수했는데 이 순간이 올 줄은 알면서도 현실이 되니 다르더라고요.
집에 가니까 엄마가 밥을 차려놨어요. 아무 말도 없이. 밥을 먹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뭘 한 건지. 합의금을 빌려주시고, 반성문 첨삭 받으러 법원 근처 카페를 왔다갔다 하고, 성인지 감수성 교육을 받으러 구청을 다녔습니다. 모두가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어요. 변호사님도, 교육 강사님도, 엄마도.
가장 힘들었던 건 합의 전 대기 기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상대방의 동의를 기다리는데 하루가 일 년처럼 느껴졌거든요. 그 과정에서 반성문을 몇 번을 다시 썼는지 모릅니다. 진정성이 드러나야 한다고 변호사님이 계속 지적하셨어요. 형식적으로 쓴 글은 법원도, 상대방도 금방 알아본다고 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재판 기간 중 받은 판결을 살아가는 일입니다. 조건부 불기소가 나왔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앞으로 2년 동안 다시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니까요. 직장에 복귀했을 때 동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그게 이제 남은 숙제입니다.
선고장을 받아 들었을 때 느낀 감정이 뭔지 아직도 단어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안도감도 있고, 두려움도 있고, 무거움도 있었어요. 판사님은 앞으로의 삶이 중요하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이 자꾸만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