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을 처음 쓸 때는 막연했어요. 변호사 선생님은 "진심이 담겨야 한다"고 했는데, 그 진심을 어떻게 종이에 옮겨야 하는지가 문제였습니다. 인터넷에서 양식을 찾아보고, 비슷한 사건 사람들 경험담도 읽어봤는데 다들 다르게 썼어요. 그래서 처음엔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한 실수는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쓰려고 한 거였어요. 문장을 다듬고, 표현을 고르고, 마치 문학작품처럼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변호사 선생님과 상담하면서 깨달았어요. 법원이 원하는 건 글의 품질이 아니라 그 사람의 태도라는 걸요. 피상적으로 "잘못 인정하고 앞으로 안 하겠습니다" 하는 것과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지금 어떤 마음 상태인지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래서 다시 시작했어요. 이번엔 마음가짐부터 정했습니다. 변명하지 않기.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기. 동시에 나 자신을 너무 깎아내리지 않기, 이 세 가지요.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려웠는데, 처음 작성안을 들고 변호사 선생님께 봤을 때 "여기는 너무 자책이 심하고, 여기는 좀 더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몇 차례 수정하는 과정에서 느낀 건, 반성문은 일종의 '대화'라는 거였어요. 일방적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법원, 판사, 피해자를 상정하고 대면하듯이 써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구체성이 생겼어요. 추상적인 죄책감이 아니라, 내가 구체적으로 뭘 잘못했고, 그게 왜 잘못된 거고, 앞으로 뭘 달리할 건지가 드러나게 된 거죠.
마지막 버전을 완성했을 때는 신기하게도 마음에 평온함이 생겼어요. 글이 좋고 나쁜 게 아니라, 그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제가 진짜 뭘 인정하고 있는지가 명확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반성문은 법원 제출용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약속장 같은 거더라고요.
혹시 반성문 작성 중인 분들이 계시다면, 첫 번째 초안에 너무 많은 완성도를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변호사 선생님과 여러 번 주고받으면서 다듬어지는 게 정상입니다. 그 과정 자체가 실제 반성의 깊이를 만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