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받은 지 열 흘쯤 지났을 때 회사에서 월급을 줬어요. 처음엔 통장 확인을 못했습니다. 뭔가 조회하는 것도 현실을 마주하는 느낌이라서요. 하지만 결국 봐야 했고, 생각보다 정상적으로 들어와 있었어요.
당연하지만 신기했습니다. 선고받은 후에도 직장에서 나를 계속 고용하고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거든요. 회사 입장에서는 직원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판단을 했을 테고, 나는 그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느꼈어요. 동시에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이 기회를 낭비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요.
재발방지 교육을 마친 후부터는 일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어요. 학원에서 배운 내용들이 자꾸만 떠올랐고, 특히 상황 인식이라는 부분이 남았습니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위험한 선택을 하려는 생각이 드는지, 그걸 미리 알고 피할 수 있다는 게 막 와닿았어요. 이전에는 그냥 당연하게 행동했다면, 이제는 멈춰서 생각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집행유예 기간이 남아 있으니까 매 순간이 시험지 같기도 합니다. 월급도 받고, 신상정보 등록 절차도 밟고, 이수명령도 이행하면서 일상을 되찾아가는 과정인데요. 아직도 어색하고 무거운 날이 많지만, 적어도 지금 이 월급은 그 과정을 이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당분간은 이 일상을 지켜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