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 3개월 정도 진행되면서 느낀 건데, 합의가 절대 보장되는 게 아니라는 거였어요. 처음엔 합의금을 제시하면 자동으로 받아들여질 줄 알았는데 현실은 다더라고요.
변호사님 말로는 피해자 측이 합의 의사가 없으면 법원도 강제할 수 없다고 했어요. 저도 처음엔 이해가 안 됐습니다. 왜냐하면 제 입장에선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피해자 입장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걸 변호사와 여러 번 상담하면서 깨달았어요.
그 이후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합의에 매달리기보다는 법원에 제출할 양형자료를 더 충실하게 준비했어요. 특히 교육 이수증이 도움이 될 거 같았어요. 법원 지정 성인지 교육을 1심 재판 중에 미리 끝내고 이수증을 받아두는 거요. 이렇게 하면 최소한 "이미 반성 교육을 받았다"는 증거를 판사에게 보여줄 수 있거든요.
또 중요한 건 직장에서의 근무 태도를 문서화하는 일이었어요. 상사한테서 근무 확인서를 받아두고, 가능하면 회사에서 특정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했다는 증명 자료도 모았습니다. 이게 양형자료에서 "사회적응 정도"라는 항목으로 들어가거든요.
가장 도움이 된 건 전문가 상담 기록이었어요. 변호사와의 상담뿐 아니라, 심리 상담사 또는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관련 기관과 상담한 기록을 남겨두는 거요. 비용이 좀 들더라도 이런 기록들이 법원에서 "의뢰인이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있다"는 판단 근거가 되더라고요.
합의가 안 되는 상황에서 가장 심적으로 어려웠던 건 무력감이었어요. 하지만 그 와중에도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걸 깨달으면서 마음가짐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합의서 대신 다른 양형자료들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게 남은 길인 것 같았어요.
요즘 들어 생각하는 건 결국 판사는 판단 자료가 많을수록 좋다는 거예요. 합의서 하나만 있는 것보다, 합의는 안 됐어도 교육 이수증, 근무 확인서, 반성문, 상담 기록 같은 여러 자료들이 함께 있으면 양형에서 더 긍정적으로 고려될 가능성이 높다는 변호사 설명이 지금은 납득이 가요.
아직 1심 판결이 남아있지만, 이 과정을 거치면서 느낀 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와중에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성실한 준비가 최종적으로 판사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