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님이 반성문 초안을 봤을 때 첫 마디가 "너무 담담하네요"였어요. 제가 쓴 글은 사건의 경위, 잘못 인정, 재발 방지 다짐 이렇게 골자만 담아서였죠. 형식적이면서도 정성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었어요.
그 이후로 고민이 많았습니다. 반성문이 결국 판사나 검사의 감정에 호소하는 글이라는 걸 깨달았거든요. 법적으로는 제 진술이지만, 실제로는 "이 사람이 정말 뉘우쳤나"를 보여주는 자료니까요. 그래서 다시 썼어요. 이번엔 사건 당시 심리 상태, 결정 과정에서의 갈등, 변제 과정에서 느낀 책임감까지 담았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과하지 않으면서도 진심으로 보이는' 균형이었어요. 마치 눈물을 짜서 쓴 것 같은 문장들은 오히려 거짓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차라리 구체적으로 갔습니다. "회사에 피해를 끼쳤습니다"라고 쓰는 것보다 "800만원을 부정당한 방식으로 사용했고, 그 기간 동안 회사는 신뢰할 수 없는 직원을 두고 있었습니다"라고 상황을 묘사하는 식으로요.
변호사가 최종본을 읽고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이 정도면 진정성이 보입니다"라고. 검찰에 제출된 반성문이 양형자료 패키지의 핵심이 될 거라고도 했고요. 합의서나 진단서도 중요하지만, 반성문이 없으면 다 의미가 반감된다고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반성문 작성 자체가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이었어요. 글을 쓰면서 제 행동이 얼마나 치졸했는지, 얼마나 많은 신뢰를 저버렸는지 다시금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형식이 아니라 그 과정이 중요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