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서를 제출한 지 벌써 4개월이 됐습니다.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제일 많이 받은 질문이 "합의서가 정말 효력이 있나요"였어요. 변호사도 말했고, 인터넷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다 다르게 얘기해서 헷갈렸던 것 같습니다.
저는 사건 초반에 합의서의 효력을 너무 크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합의서 한 장이 마법처럼 모든 걸 해결할 거라고요. 검찰에 제출하면 바로 불기소가 나올 거라고 기대했어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합의서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합의서 자체만으로는 처벌을 면할 수 없고, 그것이 양형 과정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작용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었습니다.
제 경우 회사와 합의한 후에 반성문, 외부 상담 기관의 진단서, 변제 기록, 재취업 확인서까지 패키지로 준비했습니다. 변호사가 "합의서 하나만으로는 약해"라고 명확히 말했거든요.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어요. 합의서는 "내가 피해를 복구하려고 노력했다"는 증거일 뿐, 그 뒤에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는 거였습니다. 회사가 받은 피해액 전액을 변제했다는 사실 자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고, 그 변제가 얼마나 어렵게 이루어졌는지는 법원이 봐야 할 맥락이었던 거죠.
변호사와 상담할 때 들은 얘기 중 기억에 남는 게 하나 있습니다. "합의서는 검사와 판사의 마음을 돌리는 도구가 아니라, 당신이 정말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책임지려 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라는 거였어요. 그 말을 듣고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합의서를 얼마나 멋지게 작성할지보다는, 그 합의를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할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검찰 단계에서 기다리는 동안, 변제금을 모두 입금했다는 기록들과 급여 통장, 회사 복귀 증명서 같은 서류들이 훨씬 더 무게감 있게 느껴졌습니다. 합의서 위에 이 모든 것들이 쌓여야 비로소 설득력이 생기는 거더군요. 합의서 하나로는 "약속했다"는 것만 증명되지만, 모든 서류가 함께 제출될 때는 "실제로 행동했다"는 걸 보여주는 거예요.
지금 생각해보면 합의서의 진정한 효력은 그 자체에 있지 않고, 그것이 다른 증거들과 함께 만드는 이야기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사람은 실수했지만, 책임지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는 메시지가 전달될 때 비로소 효력을 발휘하는 거였습니다. 아직 최종 판결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배운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