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 때는 혼자였어요. 변호사님과 둘이서만 조사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그때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일이니까 내가 책임지면 된다고 자기 위로를 하면서요. 그런데 1심 공판 날 아내가 방청석에 앉은 걸 보는 순간, 뭔가가 확 무너졌어요.
판사님이 제 상황을 설명할 때 "피고인은 47세의 기혼자로, 현재 가정에서의 역할을..." 이런 식으로 말씀했는데, 그 순간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지난 몇 개월간 그 사람이 얼마나 힘들어했는지가 갑자기 현실처럼 다가왔어요. 합의금도 중요하고, 반성문도 중요하고, 교육 수료증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게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호사님이 양형자료로 가족 관계 개선 사항을 강조하라고 했을 때는 솔직히 좀 이상했어요. 아내와의 관계 개선이 형량 감경과 무슨 상관이냐 싶었거든요. 근데 나중에 선고 공판 때 판사님의 판결문을 들으면서 깨달았습니다. 판사님은 단순히 혈중알코올농도나 전과 기록만 보는 게 아니더라는 걸요. 이 사람이 앞으로 사회에 복귀했을 때 재범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있는가, 가족의 감시와 지지가 있는가를 본다는 거였어요.
지난주에 아내가 처음으로 AA 모임에 나랑 함께 갔습니다. 가족 동반 세션이었는데, 거기서 다른 분들의 배우자 분들 얘기를 들으니 우리가 그나마 나은 상태라는 걸 알겠더라고요. 어떤 분은 아내분이 이미 떠났다고 했고, 어떤 분은 자식들이 아버지를 외면한다고 했어요. 우리 아내는 아직 내 곁에 있습니다. 물론 신뢰가 완전히 회복된 건 아니겠지만, 그래도 함께 이 과정을 걷고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자산인지 그제야 느꼈습니다.
검사님이 최종 의견서를 제출할 때 "피고인의 가정환경이 안정적이며, 배우자의 지지가 있다"는 문구가 들어갔다고 변호사님이 알려주셨어요. 저는 그게 반성문에 가족을 많이 언급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아내가 검찰에 쓴 의견서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내가 얼마나 진심으로 썼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 종이 한 장이 실제 형량에 영향을 준 거 같아요.
이제 와서 깨닫는 건데, 음주운전으로 처벌받는 건 결국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예요. 내 행동이 가족에게 미친 영향, 그리고 앞으로 가족과 함께 어떻게 재범을 방지할 것인가가 법원의 관심사라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으면 당연히 불리하겠지만, 그것만으로 판사님이 판단하지는 않는다는 뜻이었어요. 가족 관계가 얼마나 안정적인가, 가족이 피고인의 회복을 위해 얼마나 함께하려는가 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습니다.